안녕하세요. 서대문갑 예비후보 황두영입니다. 저의 이번 총선 도전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아끼고 지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대문갑 청년전략경선에서 본 경선에 진입하지 못하고 컷오프 됐습니다. 청년전략경선이 혼란스럽게 진행되는 걸 보면서 '본 경선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다'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을 만나 인지도와 지지도를 쌓는 데 모든 노력을 다 했는데, 당은 다른 조건을 갖추기를 바라는 듯 합니다.
그래도 빨리 입장을 밝히는 게 당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 몇 자 올립니다. 저의 이번 총선 도전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 제가 가진 모든 걸 던져보겠단 마음으로 시작한 선거였습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좋은 정치를 고민했고, 정치인들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요구했고, 선배들에게 변화를 주장해 온 자의 책임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당에서 많은 기회를 얻으며 성장한 사람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필 제가 살아온 서대문에서 86세대의 리더이신 우상호 의원님이 불출마 선언을 하신 후 뭔가 계속 제겐 출마가 숙제 같았습니다. 자의식 과잉이지만요.
제가 낙천한 것보다는, 우리 정치가 점점 더 모래알처럼 나뉘고 부서지는 게 더 마음이 아픕니다. 정당정치는 사회적 다수를 모아내고, 민주주의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기 위해야 합니다. 가짜 뉴스를 섞어가며 각자의 차이만 부각하고, 서로가 서로를 조롱하는 재미만 남은 정당과 정치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민주 세력 내부에서도 서로에 대한 금도가 무너지고, 우리 내의 작은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재미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는 것도 두렵습니다. 제가 살아온 민주당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는 것 아닐까 공포스럽습니다.
정당과 정치세력은 그 안에 여러 이견이 질서 있게 공존하고 경쟁할 때 더 많은 시민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통합의 구심력을 잃고 분열의 원심력만 작용할 때, 그걸 다시 구심력으로 전환할 리더십이 사라질 때, 떨어져나가는 건 정치인 각자가 아니라 유권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적 다수를 포용하는 정치세력이 되지 못 해 윤석열 정권을 막아서지 못하는 건 무엇보다도 큰 잘못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어디까지 가 볼 수 있을지 도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 정치적 세계관의 교체, 생활동반자법과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후보도 충분히 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어디가 어떤 모습의 한계인지를 몸으로 부딪혀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진 모든 기회, 자원, 체력, 마음을 다 던졌기에 약간은 후련하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더 나아가서 변화를 꼭 이뤄주길 바랬던 많은 분들의 기대와 도움에 응답하지 못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정치라는 게 이렇게 다 돈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빚을 지는 일이란 걸 후보가 되어서야 진정으로 알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빚을 갚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제가 너무 이번에 운이 없다, 저보다 더 안타까워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송구합니다. 하지만 우상호 의원님이 불출마하시며 청년에게 기회를 주어 마음껏 선거운동 해 볼 수 있었던 것도 제 운이었고, 이수진 의원님께서 양보해 주셔서 신인인데 여론조사 1등 후보를 해본 것도 제 행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지지자들, 동지들을 만나 사랑 받아볼 수 있는 모든 인연들이 저에게 무엇보다 값진 행운이었습니다.
때로는 몸과 마음이 믹서기에 갈리는 것 같이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보면 역시 도전해보길 잘했고, 후보란 건 꽤 행복한 놀음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지지와 사랑을 확인하고 키워나가는 것, 후보가 되어보지 않으면 겪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제 좌절이 많은 청년들과 후배들, 또 시민들의 용기를 꺾는 선례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부족한 저를 아끼고 지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매 순간 누가 당선되고 아니고를 넘어서 더 근원적인 정치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더 깊이 고민할 때라고, 그런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