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승리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이겼습니다. 오늘만큼은 역사의 현장을 막내와 함께하고 싶다는 아내의 강한 바람에 따라, 시온이도 함께했습니다. 탄핵 가결의 순간, 거리에 울려 퍼진 함성은 중년 남성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며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기쁨 뒤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탄핵은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불통과 독단적인 행보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하며 탄핵의 정당성을 스스로 완성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탄핵안은 지난주 토요일에 이미 가결되었어야 했습니다.
대의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입니다. 첫째, 충분히 합리적이고 역량 있는 인물이 주권자의 뜻을 충실히 받들어야 합니다. 둘째, 모든 의사결정은 철저히 주권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가 명백한 상황에서도 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정당의 이익이나 상대당의 대권 진출을 저지하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결정을 미루는 행태는 심각한 직무유기입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본연의 책임에 충실해야 합니다.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은 특정 개인이나 정당의 이익이 아닌, 오직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탄핵 가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만, 실상은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참담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시스템이 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방의원으로 일하는 지난 2년 반 동안 이러한 문제를 크고 작은 장면에서 목격해왔습니다. 정당정치라는 이유로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내려질 때마다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수십 조 원의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여러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드러났습니다. 탄핵 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신뢰를 잃은 정치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중앙정치뿐만 아니라, 주권자의 감시가 소홀한 지방자치단체에도 관심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송파구민을 포함한 모든 주민들께서 지역정치에도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가져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상 사회는 단지 뛰어난 리더의 역할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국민입니다. 탄핵 가결을 단순한 정치적 사건으로 바라보지 말고,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공정하게 만들어가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