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보조 받아 진행되는 연수인만큼, 제가 배우고 접한 모든 내용을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나누겠습니다.
국외연수 보고서
·바이오디젤을 위한 유채꽃, 식량위기는?
처음에 오스트리아 연수를 준비하면서 제가 주안점을 분야는 ‘사회주택’, ‘임대주택’같은 주택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를 오는 길에 마주한 드넓게 펼쳐진 유채밭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한 나머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시 당국자와 헤어지면서 유채꽃 관련 인사말을 건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답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라서였습니다. 이제 그 내용을 설명 드리고 그것에 대한 제 생각도 말씀 드리겠습니다.
바이오에너지, 역사와 진행
1. 바이오디젤이 석유 디젤보다 먼저다!
- 바이오에너지의 대표격인 디젤은 독일의 기계 엔지니어 루돌프 디젤이 실용적인 디젤기관을 최초로 제작하면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루돌프 디젤이 발견해서 ‘디젤’로 이름이 붙었고, 나중에 석유에서 정제된 디젤이 발견됨에 따라 기존의 디젤은 ‘바이오 디젤’로 부르게 되었답니다.
2. 친환경 에너지원 바이오 에너지의 확산
-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연료가 친환경 에너지로 평가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식물이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연료로 사용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결국 흡수량과 배출량이 동일하기 때문에 기존의 화석 에너지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안 연료로 평가 받았던 것이죠.
- 실제로 EU는 2009년 E5와 E10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유채꽃이나 해바라기의 씨앗 기름을 발효시킨 바이오 에탄올을 휘발유에 5%, 10% 섞어 사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현재 유럽연합에서 비중이 가장 큰 프랑스 독일 등은 이미 E10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 유럽에 와서 다른 나라 얘기를 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식용유 가격 폭등의 상황에서도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을 현재 30%로 유지하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 바이오 에너지가 15% 섞인 연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결국 예쁜 유채꽃 들판이 조성될 수 있던 것은 그것이 에너지원이 되고 돈이 되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전세계 식량문제 외면하는 바이오 에너지
감자 심는 땅에 꽃이 왠말이냐?!
- 저희를 안내해주던 여성 직원에게 제가 “The rapeseed field extended endlessly’(유채꽃 들판이 정말 끝없이 펼쳐져 있더군요).”라고 감상을 전하자 그 여성 직원은 웃으면서 제게 “Many people starve because of them.(그것들로 굶는 사람이 많답니다.)”는 냉소적인 말을 했습니다. 사실 정확히 저 텍스트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맥락은 그랬습니다. 그 다음 얘기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식량 얘기였거든요. 짧은 대화였지만 충격이 컸습니다. 그곳은 원래 감자 등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곳이었고, 그곳에 바이오 연료를 위한 꽃을 심어서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결국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굶게 된다는 것이죠. 유채밭을 보았을 때 느꼈던 황홀감은 사라지고, 많은 고민만 남은 대화였습니다.
- 비엔나 시 당국자를 만나고 이동하는 버스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해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환경단체 ‘녹색동맹’(Green Alliance)에 따르면 바이오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국에서 소비되는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농경지를 먹을거리를 위한 농산물 농사에 사용했다면 연간 350만 명을 먹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럽연합에선 이미 생산된 식용 가능한 밀이 매일 1만 톤씩 자동차연료를 위해 소비되고 있고, 이는 매일 빵 15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양입니다.
- “기후불평등” 제가 최근에 자주 쓰는 말인데요. 누구에게나 기후위기는 다가오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여름이 뜨거워지면 부자 나라 사람들은 에어콘을 키겠지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죽음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바이오 에너지 문제도 어쩌면 가난한 나라의 배고픔을 외면한 부자나라들의 ‘친환경 캠페인’ 아니냐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에너지, 너 친환경은 맞니?
1. 다양한 관점에서의 의견
- 이 보고서를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때문에 바이오 에너지가 친환경 에너지라고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오히려 토지의 용도를 바이오 에너지를 위한 농작물 경작지로 변경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바이오 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석유디젤의 3배라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 ‘꽃은 뭐 심으면 알아서 자라나?’ 유채밭 해바라기밭을 위해선 엄청난 질소와 인이 표함된 비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인은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언젠가 고갈된다면 현대 농경기술은 그대로 궤멸적인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인을 소모해서 바이오 에너지를 만드는데, 지금 전 세계 소모량을 보면 석유보다 인이 더 먼저 고갈될 확률이 높습니다. 인은 인류의 생명활동을 위한 필수 자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인을 사용하는 것이 맞을까요?
-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서 당연히 트랙터를 씁니다. 그 트랙터는 경유를 태우며 매연을 뿜어내죠. 당연히 온실가스도 배출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농작물을 키우는데도 물이 필요하지만 농작물을 연료로 바꾸기 위해서도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물도 이제는 사서 먹는 시대입니다.
바이오연료의 시대? 전기차의 시대?
1. 퇴출되는 바이오 연료
- 유럽연합은 한 때 바이오 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며 엄청나게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바이오 에너지를 권장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20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유럽연합은 바이오 에너지 의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2021년에 이미 팜오일을 수송연료에서 퇴출했고, 다른 식물에서 채취한 바이오디젤도 2030년부터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석유 엔진의 종말과 함께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 순간이 빠르게 찾아왔고, 유럽연합의 과오 인정과 노선 수정 역시 신속하게 이루어졌습니다.
2. 전기차라고 답은 아니야
- 바이오 디젤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기술력이 투입되었고, 실제 과도기의 일부 성과도 있었죠. 그러나 모두들 아시다시피 내연기관의 시대 자체가 저물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은 그대로 둔 채 조금만 고쳐볼 생각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죠.
- 친환경 자동차의 시대가 이제는 전기차로 넘어왔습니다. 이제 전기차는 새롭지 않고,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전기차의 시대가 본격화되면 전기 소비량은 더 늘 테고, 자동차 연료로 쓰이던 화석연료를 전기 생산에 투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RE100은 더 멀어지겠죠.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기에 독일의 프라운호퍼 건축물리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생산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보다 60%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듣고나니 더 머리 아픕니다.
총평
-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자동차 항목이 공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미혼...이고 지역구가 크지 않아 지역 내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수원의 경기도의회에 출석하는 날은 차로 가도 1시간이 넘고 전철로 가도 1시간 반 안쪽이니 전철을 타니 큰 불편함은 못느낍니다. 그런데도 문득 문득 욕심이 생깁니다. ‘내 차’를 가진다는 욕망이 말입니다. 이런 욕망을 통제하려면 필요한 건 전환입니다.
- 자동차 중심의 물류 체계를 넘어 철도와 대중교통을 통해 차량 운행량을 감축시키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독일에서 만난 녹색당 활동가는 제게 대중교통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되게 만들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공유자동차를 적극 활용하도록 공적 인센티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1995년, 20세기에 태어난 제가 21세기 안에 무언가를 해야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