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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외연수보고 3편(사회주택, 에너지자립주택 外)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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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준
경기도의회 의원

*세금을 보조 받아 진행되는 연수인만큼, 제가 배우고 접한 모든 내용을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나누겠습니다.

국외연수 보고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주택

이번 연수에서 사회주택, 에너지자립주택, 임대주택, 소셜믹스주택 등 다양한 주택단지들을 방문하고 현지의 정성적인 평가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많은 얘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은 역시 ‘주택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에 그만큼 다양한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죠. 그런 맥락에서 주택을 통한 에너지자립, 주택을 통한 공동체 형성, 주택을 통한 사회통합, 주택을 통한 커뮤니티케어 등 주택 정책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1930년에 만들어진 사회주택/칼맑스 호프


1918년 합스부르크 제국의 해체 이후 오스트리아는 심각한 위기의 시대에 내몰렸습니다. 실업과 빈곤이 만연했고, 무너진 경제체제에 노동자들은 그나마 일자리가 있던 비엔나에 몰려왔죠. 25만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상하수도조차 제대로 안되는 주거공간에서 ‘수용’당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상황에서 1919년 사민당이 집권해서 시 외곽에 도심 노동자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조성이 논의되고 1930년에 완공된 것이 바로 칼 맑스 호프입니다. 거의 100년 전에 이미 노동자들을 위한 위생적이고 저렴하며 공공체성을 간직한 임대주택단지를 공급해 도시노동자의 주거 안정을 이루고자 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현재 총 1382가구의 주택에 5500여 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가보니까 주택으로 4면을 둘러싸고, 가운데는 공원처럼 넓은 정원이 녹지로 형성되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더군요. 저로서는 옛날 중국의 전통적 가옥형식인 사합원(四合院)이 생각났습니다.


경기도의 사회주택은?

경기도에 사회주택정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한 사회주택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저도 사회주택위원회의 위원인데요. 제가 추천된 이유를 알아보니, 제가 학부에서 사회학과를 전공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정말입니다. 뭐 어찌 되었든 사회주택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데, 사회주택은 정부가 구입한 부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사업자에게 빌려주면 임대주택을 건설해 시세보다 낮게 저소득층에게 빌려주는 주택으로 서울시, 시흥시, 전주시 등에서 일부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경기도는 2020년 경기도형 사회주택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실적이 없었고, 최근에 계획이 잡혀 2025년에 건립하겠다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사회주택 사업이 어렵냐하면 사회적경제주체의 재정과 신용도 사업수행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또 어렵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큰 자금이 투입되고 운용되는 주택사업을 할 만한 사회적경제주체가 지금까지 거의 없는데, 신용도와 사업수행능력을 검증받으려면 실적이 있어야 하니, 경력이 없는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느냐 문제가 있던 것이죠. 그래서 경기도도 3차례나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는데 계속 무산되었습니다.


바뀐 경기도형 사회주택 방식

경기도는 원래 사회적 경제 주체가 제안하는 토지를 경기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하고, 다시 사회적 경제 주체에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해 사회적 경제 주체가 임대주택을 운영하게 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공주도형 방식’을 채택해 GH가 직접 예산을 들여 땅도 사고 건물도 준공한 다음 운영만 사회적 경제주체가 맡게 한다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아마 관련 조례도 6월 회기에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의문이 남습니다. GH 예산으로 건물까지 지었으면 이게 그냥 GH임대주택 운영을 제3자가 맡는 것이지 ‘사회주택’이 맞나 싶어졌습니다. 사회주택 사업 실적을 위해 사회주택의 기본적인 형식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더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우리가 만든다.

에너지 자립 주택, 말 그대로 우리 단지가 쓰는 에너지는 우리가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독일 뮌헨에서 방문한 아커만보겐 타운은 2200가구, 500개의 상가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1999년 시의회에서 계획이 통과되어서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2020년 넘어서야 에너지자립 같은 이슈가 등장했는데, 20세기부터 계획했다니 참 부럽고 놀라웠습니다. 아커만보겐 타운의 경우 주택 지붕에 2900제곱미터 크기의 태양열 집열기 3기를 설치해서 난방수요의 47%를 태양열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 열을 저장하는 축열 기술...같은 설명을 들었는데, 제가 문과라 이론은 모르고 암튼 열을 저장해서 매년 160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동네 곳곳에 단지 내부까지 진입하는 트램 시설과 자전거 친화도로, 에너지자립 분수&놀이터 등 에너지 효율을 위한 소소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최대한 기존의 자연환경을 보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기존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있었던 소규모 숲을 그대로 살려서 단지 내 숲으로 보전해서 동식물 서식 공간을 최대한 유지했고, 여러 낮은 언덕들도 그대로 살린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기도의 신도시 조성의 경우 대부분 단지 내는 평평하게 유지해서 트인 시야를 강조하고 건축적인 편의나 건축비 절감을 유도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특히 곳곳에 식재된 나무들이 조경을 위해서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나무들을 임시로 옮겼다가 다시 식재했다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냐 물었더니 답은 간단했습니다. 이곳에서 살던 나무가 이 동네에서 가장 잘 생존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찐 자립형 도시 반슈타트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반슈타트에도 방문했는데, 버려진 철도와 화물 하역장 부지를 중심으로 개발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500동의 패시브하우스 주택이었는데요. 패시브하우스란 최대한 열에너지 소모를 줄여서 외부에 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 에너지 소비를 줄인 주택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3중창에 두꺼운 외벽 등 시공이 기본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재생에너지 공급, 빗물 저장 장치를 활용한 오수처리, 공기순환장치, 바람길 조성 등 친환경 요소들을 도입해서 타 건축물에 비해 90% 이상 에너지 수요를 절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곳 자체적으로 교육, 사무, 상업, 과학연구 등 약 7000의 일자리를 운영해 5천명이 살고 있는 주거단지에 7천개의 일자리를 운영하는 진짜 자립 도시더군요. 그 지속가능성에 감탄했습니다.

총평

이번 보고서는 지난 두 번의 보고서에 비해 부실함을 인정합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제가 금요일에 귀국해서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았다는 핑계와... 현지에 살고 계신 주민을 만나기보다는 담당 공무원 또는 사업 관계자를 만나서 설명을 듣다 보니, 정성적인 경험담보다 정량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달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알게 된 패시브하우스 개념이나 에너지자립 단지 등 관련해서 경기도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준비해서 이번 연수가 그저 돈 낭비가 아닌 경기도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국외연수보고서를 마무리하며

올해 국외연수를 간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세금으로 외유성 출장을 간다는 시선이 신경 쓰였고, 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가는 거, 투명하게 시민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래서 그렇게 얻은 인사이트로 어떻게 경기도의 변화를 만들지 설명드리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어서 국외연수 보고서를 계획했습니다.

경기도의원이 무엇을 하는지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고, 그렇게 지방의회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 또한 제 의정활동 목표 중 하나입니다. 매주 올려드리는 주간 의정활동보고나 이런 연수보고서가 나중에 경기도의원을 하시는 분들이 참고할 수 있는 참고서였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이웃청년 유호준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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