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청소년과 비장애 청소년, 혹은 일반 청소년이 함께 생활하고 배움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편견 없이 상호 협조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교육 환경. 이것을 우리는 #통합교육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구성원들 개개인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차별과 편견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가면서 공동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요동치지 않나요?
그런데요. 사실, 이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 사례는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15년 정도 전부터 대안학교와 특수교육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 지금까지 연구되고 있기는 하지만, 장애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같은 학급 청소년과 학부모들 등 - 주호민 작가님 사건도 어쩌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과 학습 속도에 대한 차이 등으로 인해 번번히 좌절되어왔지요. 그러다 보니, 통합교육 자체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졌습니다.
성공적인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려면, 구성원들간의 이해와 인식개선, 개별화된 교육을 계획하고, 교육 참여자들 간의 친구 관계를 형성 하는 등 많은 요인들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것들은 교사의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 되는 것들 이거든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통합교육은 '교사의 필연적인 희생을 담보로 한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통합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한 실적이 나올 때까지 지속가능하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청소년기 나이 민감한 감수성과 넘치는 역동을 통합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로 한 것이죠. 바로 뮤지컬로요!
아래는 뮤지컬로 통합교육을 이뤄내기 위해 고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 했던 교육 기획의 몇가지 포인트들 입니다.
'청소년 뮤지컬 극단 소울 : 함께할 수 있다면' 으로 통합교육 프로젝트의 이름을 붙이고 참여할 청소년들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모집한지 얼마 되지않아, 정말 다양한 청소년들이 이번 통합교육 프로젝트에 모였어요. 경증지체장애가 있는 청소년, 위기 청소년(학교폭력 피해 청소년 등), 공교육 청소년, 후기 청소년 등 각자 고유한 특성을 가진 청소년들이었죠!
노래와 춤이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아, 물론 일단 친해지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끈끈한 관계성이 형성된 이들에게 장애의 유무나 학습의 속도가 빠르거나 느린 부분은 전혀 중요한 부분이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유의미한 관계를 만드는데 전체 8개월의 과정 중에 6개월이 넘게 소요되었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참여한 청소년들이 과연 각자 얼마만큼 이 프로젝트로 성장하게 되었는가 입니다!
말을 심하게 더듬던 경증지체장애 청소년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다보니 점차 말을 더듬지 않게 되었어요. 공연 무대에서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대사를 거의 더듬지 않고 또박 또박 대사를 읊는데 성공하기에 이르렀죠! 평소에 힘을 과시하기를 좋아하던 청소년은 경증지체장애를 앓고있는 청소년과 함께 뮤지컬 무대의 파트너로 8개월을 보내면서 이제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구요.
자신이 원하는 배역이 아니라며 떼를 쓰고 울던 여중생은 이제 무대 공연이 모두 막을 내리고 함께한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쓸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참여 청소년 모두 이제는 가끔, 코인 노래방도 가고 떡볶이도 사먹으러 다닌답니다:)
이렇게 총 8개월 간의 과정 끝에 지난 23년 12월 23일과 24일 이틀동안 총 4회의 공연을 이들 청소년이 완주를 성공했습니다.
'서로가 있기에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
공연을 모두 마치고 나서, 어느 청소년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을 거에요.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너무 심장이 뛰고... 화장실에 가고싶어져서요... 도망치고 싶었지만...그렇지만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서는 것을 보고 저도 용기를 내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
공연을 보러와주신 일반 시민 여러분들과 응원해주러 오신 참여 청소년의 친구들, 부모님들께서는 어떻게 보셨을까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쏟아지는 조명과 수십명의 관객들의 시선, 그리고 박수와 함성이 있는 무대에 오르기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함께한 서로에 대한 신뢰와 관계, 믿음이 있기에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무대에 올라 무사히 다시 내려오고 암전으로 모든 막이 끝나는 순간, 이번 청소년 뮤지컬 극단 소울 : 함께할 수 있다면 으로 시작된 통합교육은 무사히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했죠!
꽤 긴 글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1년간 이 통합교육을 위해 노력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이 글을 쓰는 동안 여러 감정들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여러분들께 자세히 당시에 생각들과 상황들을 전달해보고 싶었어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작년에는 청소년들의 무대를 보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이 청소년들의 무대를 다시 보고싶지 않으신가요?XD
수많은 좋은 교육과 멋진 기획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멋지고 좋은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기 때문인데요. 그것은 바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과 같은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 큰 박수와 함성입니다. 청소년 뮤지컬 극단 소울 : 함께할 수 있다면의 청소년 배우들과 무대를 응원하고, 저의 또 다른 이야기,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시다면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의 온도가 보다 따뜻해질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의 박수와 응원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