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살기 어렵다.'는 맥락의 말들이 들려온지도 벌써 오래전 일입니다. 누군가는 '언제 살기 좋은 시절이 있기는 했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부터 2021년까지 청년층의 우울과 불안 환자가 각각 127%, 87% 층가하였습니다. 2017년 대비 2021년 환자수는 30대 67.3%, 20대 127.1%, 10대 90.2%로 대폭 증가한 반면, 70대와 50대는 각각 0.5%, 2.8%로 타 연령대에 비해 증가폭이 작았습니다.
언제 살기 좋은 시절이 있었느냐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결과물인 것 입니다. 청소년과 청년에게 닥친 어려움과 고통은 거대한 불과 같이,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다고 하여도 위협적인 열기를 온몸으로 체감 가능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청년지원 정책과 복지 정책을 연구하고 만들었고, 민간에서도 위기의식을 가지고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청년들을 위한 단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청년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었던 거죠.
사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청년도 이 나라의 일원이자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요! 안정적인 직장과, 내가 살 수 있는 집, 그리고 먹거리. 사람에게 필수적인 의식주 입니다. 아, 지금도 다 누리면서 가지고있지 않냐구요? 어디 그게 청년 것입니까. 은행꺼지.
무기력과 우울, 불안에 빠져있는 청년들더러 왜 그렇게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한가지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한 청년이 찾아와서 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인은 '어릴 때 자기 소유라는 개념에 대한 트라우마로 무언가 노력해서 내가 가진다는 생각이 이상하게만 느껴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노력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라고 말하더라구요.
이 말을 듣고 뭔가 이해가 될듯 말듯해서, 더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주 흥미롭지만 꽤나 슬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용돈을 열심히 모아서 책상을 산 적이 있었어요. 물론 그 책상 가격이 2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워낙 비싸다보니 제가 모은 용돈 15만 원에다가 부모님이 5만원을 보태주셔서 책상을 살 수 있었죠. 아직도 그 책상 모양이랑 색깔이 기억이 나요. 밝은색 오크나무 색이었는데, 오른쪽에는 책을 꽂을 수 있게끔 책장이 길게 붙어 있었어요. 그리고, 책상에는 유리가 깔려있었죠. 책상 받침대에는 3단 서랍이 있었고요. 무언가 아끼고 제 스스로 노력해서 더 큰 것을 살 수 있었던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당시에는요. 그러다가... 저희 집이 이사를 자주 다녔거든요.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느라고 그랬는데, 어느 날인가 이사를 하고 며칠 뒤에 보니 제 방에 있던 책상이 처음 보는 고동색 낡은 책상으로 바뀌어 있더라구요. 내가 잘못본건가 아니면 이게 내꺼가 아닌데 잠시 다른 사람 물건을 맡아둔건가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알죠? 그런거...그 잠시 남의 물건을 보관하거나 잘못 놓은 것 치고는 각잡아서 최대한 예쁘게 보이려고 자리잡은 거. 그래서 이게 제방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건 빼도박도 못하게 그 방에는 제 침대가 있었고, 제 물건들이 있었죠. 결정적으로는 제 책들이 그 낡은 책상에 꽂혀있었던 거에요. 순간 당황스러워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방을 봤더니 제 책상이 거기에 있더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어머니한테 이야기했더니, '너 그 책상 많이 썼으니까 이제 동생에게 물려주고, 너는 지금 네 방에 있는 그 책상 쓰고 있어. 그거 쓰다가 좋은 걸로 바꿔줄게.' 라고 말씀하셨죠. 참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아니, 다른 걸 다 떠나서 부모님이 돈을 보태주셨다고 해도, 제가 열심히 돈을 모아서 산...제가 기억하는 첫 제 가구였는데, 그걸 그렇게 쉽게 동생한테 주다니요. 지금 생각해도 화가나요. 그렇지만 그때는 화를 내지 못했어요. 그냥... 그게 오빠이자, 좋은 아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만 참으면 다 괜찮을거라고 새각해서요. 그 뒤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딱히 돈을 모으거나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을 하고싶지 않아졌어요.』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혼자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청년들도 처지가 비슷하더라구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너희가 결혼을 했니, 아이가 있니. 너희보다 우리 중장년들이 더 힘들어.', 'MZ;라는 말들로 청년들이 당연히 받아야할 정당한 대가들을 빼앗고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가스라이팅 해오던 사회의 모습들도 떠올랐고요.
1인 가구, 개인주의, N포 세대로 표방되는 청년세대들이 점차 우울과 불안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이 마시는 공기 외에 자신의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뿐더러, 그것을 온전히 가지게끔 가만히 놔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진 것이 있어야 주인의식이 생긴다'는 말은 오래전 과거에 이미 입증된 말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력의 토지개혁을 기억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현재 청년정책은 청년들이 재산을 형성하고 자립을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행정편의주의 적이고 비전문적인 중소기업의 성장 지원 방향, 갭투자 영끌 투기를 과열시켜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일조를 하고 있는 전세제도, 지역마다 이미 자리잡고 터줏대감이 되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을 기망하는 지역유지들, 결혼 후 자녀를 낳아도 외벌이로는 먹고 살 수 없는 물가, 비현실적인 출산, 육아 지원 시스템, 고조된 성별 갈등 등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다 좌절된 청년들...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사실 다들 민감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이런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하나씩 바로잡아가며, 많은 청년들이 지금부터라도 정당한 노력을 기울일때, 청년 누구나 자신이 마땅히 지켜야만하는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들 모두 애국심이 피어오르지 않을까요.
86%가 소작농이었던 나라가 자작농으로 바뀌어 자신의 땅을 가지고 비로소 지켜야할 것이 생긴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금의 대한민국이 공산국가가 되는 것을 막았던 것 처럼요. 그때도 지주들의 반발이 있었고, 여러 어려움들이 동반되긴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때나 지금이나 나라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는 내려놓을 때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한다는 것을 알려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거의 대부분의 청년들이 자기 이름으로 등기를 친 집한채, 땅 한조각, 이렇다할 재산 하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치인들이나 유명인사들은 청년의 이름을 팔아서 말뿐인 위로를 건네곤 했습니다. 결국에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었죠.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그들이 심심할때마다 내뱉는 말처럼 위태로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청년이 중심이 되는 역동적인 나라를 원한다면, 청년들에게 지킬 것을 주어야 합니다. 오랜시간 누려왔던 부와 권력, 특권은 이제 과감히 내려놓으시고요.